박경훈 hoonsbara@hotmail.com|닷넷 개발자 커뮤니티로 잘 알려진 ‘HOONS닷넷’을 8년간 운영해 왔으며, 지난 5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Visual C# MVP로 활동해왔다. 10여권의 IT서적의 집필 및 번역은 물론, 기독교 극동방송에서의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캠든소프트’라는 벤처를 창업, 영국 내 모바일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국내에서도 모바일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과 주관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면 좋겠다.
한국에서의 개발자
필자는 20살이라는 철없던 나이에 사회에 뛰어들어 서른 가까운 나이가 될 때까지 개발에 몰두해왔다. 다른 개발자들에 비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 조금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커뮤니티와 대외 활동도 많이 진행하기는 했지만 모두 개발과 관련된 일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개발자 일을 해오며 머릿속에 갖고 있던 생각들과 목표, 그리고 미래의 방향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변해왔다.
먼저 처음 개발 일을 시작하면서 3년차 정도가 되기까지는 그저 개발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다. 때문에 나의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여유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3년이 지나자, 그때가 돼서야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분명 친구들은 소위 말하는 SKY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사회에서 경쟁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 그에 반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경력은 너무나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IT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몇 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것이 전부였던 필자는 이력서에 한줄이라도 넣을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며 수년을 보내게 됐다. 개발자 커뮤니티 운영을 시작으로 책을 쓰기도 하고, 번역을 하기도 했으며, 교육이나 세미나 행사에서 강사의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로 다가오기 시작할 때 즈음해서 필자에게는 안정과 모험 사이에서 인생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갈림길이 다가왔다.
두 가지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먼저 해외로 나가서 외국회사에 들어가 일을 해보는 것이었다. 이민을 가고 싶었던 것 보다는 글로벌 감각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었다. 두 번째 과제는 세계 명문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공부라고 해 봤자 고3때 누구나 다 하는 수능공부와 4년 동안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며 간신히 졸업한 사이버 대학교가 고작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2009년, 그 동안 모아온 돈을 털어서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어학연수를 떠난 이유는 바로 첫 번째와 두 번째 도전에 대한 공통분모는 바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아닌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남녀 비율에서 여자 비율이 높았던 곳이 영국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영국에는 젠틀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환상과 착각으로 각국의 여자들이 영국행을 택하지 않던가. 그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영국과의 인연
어학연수를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필자는 1년간 어학연수 코스를 이수하면 저절로 영어에 능숙해질 수 있을 것으로 착각했었다. 영화를 볼 때 당연히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정도의 어휘력이 될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1년 이라는 시간은 고작 어린 아이처럼 의사소통 정도만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는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 같았다. 때문에 필자는 어떻게 하면 영어가 빨리 늘 수 있을까라는 것을 고민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어를 연습했다.
영어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매일 오후 영국인 가족이 살고 있는 이웃집에 가서 2~3시간씩 성경공부를 한 것이었다. 물론 영국에 오기 전부터 시작한 영어공부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이 시간을 통해서 정말 빠르게 늘어나는 영어실력을 보게 됐고, 인생의 철학까지도 배울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3개월이나 지날 즈음에 회사에 이력서를 내도 면접을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여러 IT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고 비자문제로 정직원은 아니었지만 계약직 자리를 얻어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드디어 목표했던 외국 회사의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외국회사 문화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가득하지만 지면상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시작한 영국에서의 인연은 영어뿐만 아니라 회사의 문화와 많은 인맥까지 만들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6개월을 근무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갈림길에서 필자는 사업을 진행할지, 대학원을 갈지 이 두 갈래 길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사업을 선택하게 됐다.
당시에 지원했던 대학원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자금을 투자할 여유가 되는 동업자가 마침 다른 일 때문에 한국에 입국해 있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사업기획서를 작성해 지인을 설득했고, 동시에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바로 참여할 수 있는 주변의 개발자들을 모아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필자와 동업자들이 함께 만든 모바일 서비스는 바로 ‘AppCookr’다. 이 서비스 모델은 웹에서 사용자가 직접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해주고 사용자 자신이 직접 만들고 싶은 앱을 원하는 대로 만들게 해준다. 그리고 배포를 요청하면 우리가 앱을 심사한 뒤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동 배포 도구를 이용해서 앱을 등록시켜주는 주는 간단한 방식으로 이뤄져있다.
수익 모델도 복잡하지 않았다. 앱을 만들기 위해서 최소 3,000만원에서 몇 억 이상의 돈을 거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우리의 서비스는 템플릿이 제한되어있는 반면 500파운드(한화 약 100만원)라는 경쟁력 있는 금액을 통해서 앱을 제공해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화면 1> 2010년 10월에 오픈한 AppCookr 서비스, 한국에도 2011년 1월에 정식 서비스 될 예정이다.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에는 비즈니스와 수익 모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 그 뒤에는 어디서 서비스를 시작할지 정해야 했다. 하지만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영국 시장의 문을 먼저 두드려 보기로 결정했다.
왜 영국을 먼저 타깃으로 잡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가 해외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데 있었다.
싸이월드도 미국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보다 더 먼저 국내에서 성공한 SNS 서비스였지만 결국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싸이월드가 해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세계 정서를 고려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에서는 보다 안정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었다. 국내 시장은 확실히 준비만 되면 이 서비스는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만큼 이미 시행착오를 거쳐서 잘 다듬어진 서비스를 오픈하고 싶었던 이유가 컸던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 영국에는 이미 다져진 네트워크가 있었다. 마냥 황폐한 황무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망설임 없이 미국이 아닌 영국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서비스가 성공하게 되면 유럽 전역으로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간다는 것이 거의 공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결코 해외로 눈을 돌리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서비스를 카피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IT와 모바일
필자가 영국을 접했을 때 여기는 분명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국에 비해서 IT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부동산과 같은 오피스를 운영하는 곳은 자체 프로그램이 아닌 엑셀을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POS시스템을 이용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영국에서는 어떤 IT 사업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영국은 하나의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정말 높은 품질로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 한국과 다른 큰 차이점이다. 가장 감탄한 것이 영국 버스검색 서비스다.
국내 서울의 버스 검색 사이트는 사이트자체가 무거울 뿐더러 원하는 목적지를 찾는 UI 자체도 굉장히 복잡하다. 하지만 영국의 버스 검색 사이트는 정말 군더더기 없는 UI로 원하는 기능을 정확하게 제공해 주고 있었다. 단순히 출발지와 목적지를 검색해서 입력하게 되면 가지고 있는 경우의 수의 루트를 찾아서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화면 2> 영국의 버스 검색 서비스
한국은 굉장히 다양한 IT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서비스의 양도 엄청나다. 하지만 각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만족도나 퀄리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에 영국 서비스는 다양하지는 않지만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가 만족도가 굉장히 높고 그 퀄리티도 뛰어난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는 초급개발자가 많다. 한국의 개발 팀을 살펴보면 10년차 정도 되는 개발자가 개발을 주도하고 그 아래 개발자들은 모두 2~3년차 정도 되는 초급자가 팀을 이루는 구조가 일반화 되어있다. 그러나 영국은 기본 7년이 넘어가는 고급 개발자의 비중이 높다.
이외에도 영국에서 아이폰의 위상은 다른 나라보다 대단했다. 스마트폰 점유율을 보면 당연히 전세계 사용률처럼 노키아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보다 아이폰의 사용률이 높았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보수적인 영국 사람들이 그만큼 선택했다는 것에서 많은 점수를 줘야 할 것이다.
영국은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IT 인프라가 좋지 못하다. 지하철 안에는 기지국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3G 인터넷은 커녕 전화를 받는 것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폰 앱들의 다운로드 순위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IT 서비스 관련 앱들은 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영국은 게임 앱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네이트, 네이버, 다음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고 또한 좋지 못한 통신망 때문이기도 했다.
필자는 이렇게 IT 인프라가 황폐한 땅인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들었던 의구심은 오히려 사람들이 IT에 관심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런던만 보더라도 주변에 항상 공원이 있고 그들의 여가활동은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이 아닌 공원에서 운동을 하거나 가족들과 쉼을 나누는 것이 그들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영국 문화의 벽
영국서 필자는 서비스기획과 아이폰 개발 분야, 그리고 전체적인 일정관리 부분에 대해 진행했다.
서비스 목표와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분명했기 때문일까. 3개월 정도 지나자,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마케팅과 영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서비스를 통해서 만들어진 인지도 있는 기업의 사례들이 필요했다. 어떤 쇼케이스 없이 이 보수적인 문화가 팽배한 영국에서 신뢰를 챙겨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섭외할 10개의 기업들을 뽑아 리스팅했다. 리스팅 우선순위로는 이미 만든 앱이 없고, 우리 템플릿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RSS나 트위터, 맵과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1순위였다.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야 했기에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리스팅 했다. 그 당시 대표적인 타깃 기업으로는 런던에서 가장 인기있는 맘마미아 뮤지컬 극장과 Zdnet, TechEye와 같은 영국의 IT미디어 기업들과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이 기업들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RSS, 트위터, 플리커 등의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앱을 직접 제작했다. 이렇게 이미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들만 있으면 자동으로 앱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이 기업들을 만나 승인을 받아내야 할지 고민이었다.
먼저, 기업 담당자를 찾아가기 전에 회사 메일을 통해서 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만든 앱을 보여줄 방법이 메일로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방식은 결국 동영상 제작이었다. 동영상으로 동작되는 화면을 찍었고 유튜브에 업로드해 그 링크를 공유했다. 물론, 기대를 가지고 메일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 메일을 열어 볼 확률은 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예상했고, 또 열어본다 하더라도 적절한 업무 담당자에게 전달될 확률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형식상 방문 전에 메일을 보내서 제안을 시도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진행한 일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전화가 온다거나 회신이 오지는 않았다. 이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심사숙고한 부분이 바로 영어였다. 폼나는 글귀를 이용해서 특정 기업에게 제안 메일을 보내도 쉽지 않을 터인데 어리숙한 문장을 이용한다면 당연히 신뢰가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제안’이라는 표현은 영어에서 무수하다. Suggestion, Offer, Proposal등 여기서 비즈니스적인 제안의 경우 당연히 Proposal을 써야 한다. 하지만 세컨드 랭귀지로 영어를 접했던 사람은 문장에 있어서 어떤 단어가 혹은 어떤 문장이 보다 포멀한지 구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현지 직원을 구하기 전까지 주변의 지인을 통해서 확인을 받아서 진행해야만 했다.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서 필자는 직접 회사에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먼저 첫 번째 방문에서는 비즈니스 제안 문서를 만들어서 마케팅 매니저에게 전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물론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선약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불쑥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니저 연락처나 이름을 알아내는 것으로 첫 번째 성과라고 생각했다. 찾아갈 회사들이 모두 런던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런던에 있는 회사들만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했다. 이때 방문했던 회사들은 담당자와 선약이 없었기 때문에 로비에서 직접 마케팅 매니저를 직접 연결시켜 주지 않았다. 대신 문서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을 했고 몇 군데 기업에서 매니저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내는 정도로 만족을 해야 했다.
<화면 3> 당시 쇼케이스를 위해서 찍어낸 앱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에는 내심 작은 기대 정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연락이 없었다. 그 뒤에 회사를 재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이번에는 추가로 동작되는 앱의 화면을 담은 동영상을 CD로 만들어서 전달했다.
이번 2차 방문에서 역시 큰 수확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맘마미아라는 뮤지컬 극단 마케팅 매니저와 미팅을 바로 할 수 있었다. 여기서 회의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영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우리 회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AppCookr 서비스는 베타 수준이었을 뿐더러 보여줄만한 다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던 회사도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에서 연혁이 오래된 회사도 아니었고 그저 한국에서 건너온 미지의 작은 회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한번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다. 내가 기업주이고 외국인 두 명이 찾아와서 앱을 무료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면, 당연히 의심부터 시작할 것이다. 더군다나 영국은 보수적인 문화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 뒤로 방향을 조금 수정했다. 먼저 서비스를 보다 완벽하게 오픈하고 회사 홈페이지도 잘 갖추고 나서 다시 한번 제안을 넣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또다시 한 두 달이 지나서 AppCookr 서비스의 방문자도 늘어갔고 우리 서비스로 만들어진 앱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통해서 퍼져나가서 어느새 트위터의 팔로우 수도 1800명이 넘어가고 있었으며, 베타 서비스때 없었던 회사 홈페이지도 갖춰졌다. 이처럼 차츰 영국 내에서 서비스 인지도가 쌓여갈 무렵, 다시금 생각하지 못한 열매들을 거두기 시작했다. 바로 3개월 전에 방문해도 꼼짝도 안하던 기업들이 AppCookr의 신뢰가 어느정도 쌓이자 다시 제안을 넣어 달라는 연락이 온 것이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문화가 그렇다. ‘스피드’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와는 다르게 작은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최대한의 여유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인 마인드가 강제되기도 하고 신뢰 없이는 결코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번외적인 이야기이지만 영국은 다른 것보다 미술로 잘 알려져 있고, 많은 학생들이 미술을 전공하러 많이 찾는 나라다. 재미있는 것은 유명한 영국의 미술가가 한국에서 인정받았던 한국인의 작품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훌륭하지만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말은 필자가 영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철저히 훈련받은 부분은 아무리 유리한 조건의 “딜”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검토해보고 진행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께게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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